2009년도 얼마 남지 않은 시기인 12월 어느 날 오후에 찾은 리포팅툴 전문업체인 클립소프트의 사무공간은 연말이 주는 특별히 분주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양수 사장은 사무실 한 켠에 서서 고객사 방문을위해 외출을 나가는 직원들과 진중한 표정으로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이 회사의 제품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기술연구소장인 남도현 이사는 새로 입사했다는 한 직원과 함께 제품 개선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도 컴퓨터 화면을 집중하며 저마다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사이, 누구에게 말을 걸지 몰라서 걸음을 멈칫멈칫 거리고 있을 때, 마침 인사를 건낸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로 들어선 건 이 회사의 대외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태규 이사와의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손님 대접을 위해 여직원이 차를 한잔 내온 사이 객이 왔다는 것을 전해 듣고 회의실로 들어선 이는 방금 전 김양수 사장과 사무실 한 켠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던 4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남자 직원이었다.

“좋은 인물을 가지셨네요.” 명함을 건내주며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방문한 이가 객을 맞은 이에게 해준 첫 마디 말이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을 들으니 기분은 좋네요.”

아닌 게 아니라 이태규 이사는 텔레비에 나오는 탈렌트 마냥, 검은색 짓은 눈썹과 쌍커풀이 뚜렷한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호남형 인물이었다. 거기에 턱 선도 각이 져 인터뷰 도중 활짝 웃을 땐,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그런 외모의 소유자였다.

단정히 깎은 머리엔 모발 고정용 액상 제제까지 가지런히 발라 얼굴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으며, 신사복에 바바리까지 갖춰 입었으니, 회사를 대표하는 영업사원이 고객사를 방문하는 차림으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일을 어쩌죠. 고객사를 방문 일정이 잡혀, 주어진 인터뷰 시간을 알차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매우 바쁘다는 얘기였다.

“올해 사업 성과 정리해 주신 다음에 내년 사업 계획의 줄기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클립소프트가 리포팅 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업체 중 한곳이니, 시장 트렌드까지 설명해 주시면 더욱 좋고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태규 이사(사진)가 전체적인 사업의 성과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작년 수준의 매출 규모를 달성했습니다. 계약 건수는 오히려 늘었지만, 큰 규모의 사업이 지난해 보다 적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IT사업이 경우 사업 규모가 크든지 작든지에 상관없이 사업 참여를 위해 비교적 같은 수준의 비용을 지출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사업을 수주하고 진행하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썼다는 설명이다.

“매출이 작년 수준이면 무척 잘 한 것 같은데요. 매출 감소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IT벤더가 하나 둘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얻은 사업 성과를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주십시오.”

이태규 이사의 답변이 이어졌다. 클립소프트의 주요 고객군이 공공기관인 탓에 공공분야 성과에 대한 설명이 대답의 첫 머리를 장식했다.

“올해 사업의 최대 의미는 시장에 나온 분리발주 사업을 대부분 싹쓸이 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공공 시장에서 가장 큰 분리발주 프로젝트였던 국세청의 전자세금계산서 분리발주 사업을 따낸 것을 비롯해, 시장에 나온 리포팅 툴의 분리발주는 거진 다 수주했습니다.”

이태규 이사는 공공기관에서 분리 발주하는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선, 흔히 B2B 영업에서 중요한 것으로 인정되는 ‘인적 영업’이 잘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입찰 심사위원들이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제품에 대한 가격과 기술을 꼼꼼히 평가할 뿐 더러, 심사하는 이들도 외부 풀에서 선정해와 평가의 공정성을 기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영업 방식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즉 공공기관의 분리발주 사업을 수주했다는 것은 기술과 가격에서 경쟁 제품보다 비교우위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맞습니다.”

이렇게 밝히 이태규 이사는 고객사 방문 시간을 의식한 듯 왼쪽 손목에 찬 시계를 한 차례 흘깃 보더니 밖으로 나가 클립소프트의 직원들과 방문을 위한 시간을 조율해야 했다. 고객사 방문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1분쯤 지난 후 도로 들어온 그는 고객사에 양해를 얻어 방문 일정을 약간 늦췄기 때문에 인터뷰할 짬을 얻었다고 했지만, 시간을 배려했다는 얘길 듣는 이의 심정은 미안함에 오히려 마음은 다급할 수 밖에 없었고, 질의를 가급적 짧게 끝내 그를 고객사로 속히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 속에 들어찼다.

“관세청 사업은 클립소프트에게 분리발주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공공기관의 주요 정보화 사업 중 하나는 웹 표준성과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조달청, 살림청, 통계청 등이 현재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 클립소프트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태규 이사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웹 표준화 및 장애인 접근성 사업은 모든 중앙부처가 진행하게 법으로 정해져 있어, 올해보다 오히려 내년에 활성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클립소프트가 관세청을 비롯해 사업을 진행하는 공공기관 사이트를 모두 선점했기에 내년 사업 전망은 더욱 밝아 보였다.

공공기관 분리발주 사업 수주, 그리고 웹 표준성 및 장애인 접근성 사업 수주 등 두 가지를 올해의 주요한 사업 성과로 설명한 이태규 이사는 ‘의료시장 확대’를 세 번째 성과로 꼽았다.

“의료 쪽 시장에서 뚜렷한 실적을 냈어요. 강남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수원빈센트병원, 부천성가병원 등을 비롯해 보라매병원, 경상대병원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의료 시장에서 약진했던 까닭을 묻자,

“경쟁 벤더의 리포팅툴을 윈백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어요. 고객들이 올해 우리 제품으로 말을 갈아탄 것으로 보면 됩니다. 우리 제품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대용량 처리가 가능해 윈백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태규 이사가 대답했다.

내년 사업 계획을 설명해달라는 마지막 질문이 들어갔다.

“내년엔 웹 표준성과 장애인 접근성에 사업에 매진을 할 방침이며, 거기에 올해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적잖이 확보한 만큼, 내년엔 금융시장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댓시할 계획입니다.”

이십 분이 채 못 되는 시간을 써서 인터뷰를 비교적 속성으로 마친 이태규 이사가 동료와 함께 바바리 외투 자락을 펄럭이며 서둘러 사무실을 부리나케 빠져나간 시각은 대략 오후 4시경이었다.

B2B 영업 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저렇게 다 바빠야 정상일 것이다. 밤샘을 해가며 입찰 제안서를 꼼꼼히 만들고, 제안이 확정될 때까지 아니 확정된 이후라도 고객의 호출엔 저처럼 언제나 쌩 하니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성과 추구를 첫째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진정한 활력을 느낄 기회를 얻게 된다.

아마도 그날 저녁 시간을 넘겨서야 고객사 방문을 마칠 수 있었던 이태규 이사 일행은 집으로 각자 흩어지기 전에 가까운 단골 호프집이라도 들러서 생맥주라도 한잔씩 걸치며, 하루의 긴장감을 툭툭 털어냈을까.

<데일리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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